마약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방송인 로버트 할리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리는 ‘해외 청년들에게는 술보다 흔한 마약,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자신의 마약투약 경험담을 토대로 마약의 무서움을 알리고 있다. /이덕훈 기자
국제변호사 출신 방송인 로버트 할리(64)가 5년 전 마약 파문 당시 자신이 도움을 준 불법체류자로부터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됐다고 밝혔다.
할리는 27일 오후 방송된 MBN 예능프로그램 ‘한 번쯤 이혼할 결심’에 아내 명현숙씨와 함께 출연했다. 두 사람은 할리의 마약 파문 이후 주말부부로 생활하다 결혼 37년 만인 최근 방송을 통한 가상 이혼을 선언했다. 앞서 할리는 2019년 4월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돼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방송에서 할리는 정신의학과 전문의 김병후 원장을 찾았다. 이어 상담 도중 마약을 처음 접하던 당시의 상황과 계기를 털어놨다. 할리는 “7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중요한 문제나 고민을 쉽게 상담했던 사람”이라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음이 아파 뭔가를 찾은 것 같다. 아버지 대신 다른 사람에게 의존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터놓고 말할 사람이 없는데 집안 스트레스도 있었고 방송 일도 많아졌다. 변명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 기면증이 생겼다. 잠이 이상할 때 온다. 녹화 중간에 잠이 오는 게 스트레스였다”며 “(몸 상태가 좋을 땐) 나쁜 사람을 쉽게 구별할 수 있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니 경계심이 낮아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분별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람을 잘못 만났다. 내가 난민 신청 업무로 도와주며 알던 불법체류자가 나쁜 것(마약)을 권유해 빠지게 됐다”며 “‘이걸 먹으면 잠이 안 와 방송을 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그때 그 일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큰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당시 아내 명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화를 안 했다”고 고백했다. 할리는 “난 싸움을 싫어한다. 내가 말하면 아내는 ‘왜 그런 짓을 했냐’고 할 것 같았다”며 “내가 사람을 잘못 만났고 나쁜 영향을 받았다.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이 모든 걸 설명하기 막막했다. 좋은 얘기가 나올 것 같지 않더라. 다 잊어버리고 싶어서 얘기를 안 했다”고 했다.
미국 유타주(州) 출신의 할리는 국제변호사로 고향과 한국을 오가다 1988년 명씨와 결혼하며 한국에 정착했다. 두 사람 슬하에는 아들 셋이 있다. 할리는 1997년 한국으로 귀화해 여러 방송과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 광고를 통해 “한 뚝배기 하실래예”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등 유창한 경상도 사투리와 구수한 입담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