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의 모습./뉴스1
모텔에서 함께 투숙한 5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수면제를 과도복용케 해 사망에 이르게 만든 7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정도성)는 24일 강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모(75)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또한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의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피해자가 심각한 건강 악화에 빠졌음에도 계속 수면제를 복용시키고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생명을 경시했다”며 “사람의 생명은 인간 존재의 존엄을 실현하는 절대적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의식 흐릿한 상태에서도 저항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느꼈을 모멸감 수치심 가늠하기 어렵다. 노숙자인 피해자는 사망 후에도 안식에 이르지 못했으며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강간살해하려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성범죄 처벌 전과가 있으나 2002년 이후로는 없다”며 “또한 고령이라 단기간 유기징역 선고만으로 무기징역 선고와 유사한 결과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한 모텔에 함께 투숙한 피해자 A씨를 상대로 성폭행 목적으로 수면제 42정을 총 5회에 걸쳐 몰래 먹인 다음 성폭행하려다가 A씨를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다. 수면제 42정은 14일치 복용량이다.
A씨는 지난달 3일 객실에서 홀로 숨진 채 모텔 주인에게 발견됐고, 경찰은 이튿날 도주하던 조씨를 충북 청주에서 검거해 구속했다. 조씨는 지난 2월에도 A씨와 모텔에 함께 투숙해 성폭행 목적으로 졸피뎀 등 성분이 든 수면제 21정을 2회에 걸쳐 먹인 후 강간하기도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