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족용 ‘초소형 가전’ 경쟁
‘1인 가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견 가전 업체 사이에서 ‘작고 예쁜’ 제품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잡으려는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예전부터 1~2인 가구를 겨냥한 정수기·안마 의자·식기세척기 같은 가전이 소형화하는 흐름은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1인 가구 생활 공간에 맞게 크기를 줄이면서도 성능은 개선하고, 인테리어 효과까지 낼 수 있는 소형 가전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가로 폭이 10cm도 안 되는 정수기, 소파로 변신하는 안마 의자 등 1인 가구를 노린 ‘소형화·고급화 전략’이 중견 가전 업계의 주요 화두가 된 것이다. 실제로 수백만 원짜리 고가 안마 의자를 주력으로 내놓던 바디프랜드·세라젬은 콤팩트한 크기의 제품을 내놓으려 애쓰고 있고, SK매직은 기존에 출시한 소형 정수기에서 크기를 절반 정도로 줄인 ‘초미니 정수기’를 출시했다.
그래픽=김성규
◇'폭 9.5㎝' 정수기, 1구 인덕션까지
작고 예쁜 제품을 출시하는 흐름은 정수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주방 가전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SK매직은 폭이 9.5㎝에 불과한 ‘뉴 미니 정수기’를 출시했다. 주방에 있는 좁은 틈새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폭을 크게 줄인 것이다. 앞서 SK매직은 이미 지난 2월에도 폭이 16㎝인 ‘초소형 직수 정수기’를 출시해 한 달 만에 1만5000대 가까이 판매했다. 출시 당시 ‘작은 정수기’에 대한 1인 가구와 신혼부부 고객층의 인기가 높았다는 데 착안해, 폭을 60% 가까이로 더 줄인 후속 제품을 8개월 만에 선보인 것이다.
‘1구 인덕션’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구가 3~4개씩 설치된 가정용 인덕션에 비해 크기가 절반 수준으로 작고 화구도 1개밖에 없다. 쿠쿠는 1구 인덕션 제품 판매량이 올해 1~9월 기준으로 1년 만에 39% 늘었다고 밝혔다. 크기도 가로와 세로가 약 30㎝로 작아 원룸이나 오피스텔처럼 주방이 비교적 좁은 집에서도 쉽게 쓸 수 있게 만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로·세로·높이 모두 45㎝를 넘지 않고 가격대도 20만원인 소규모의 3인용 ‘마시멜로 식기세척기’도 올해 1~9월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 늘었다. 이 밖에도 쿠쿠에서 출시한 소형 가전인 에어프라이어는 같은 기간 1년 전보다 판매량이 26%, 전자레인지는 5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안마 의자도 ‘소형화 경쟁’
안마 의자 업계도 제품 소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래 안마 의자는 거실 공간을 3분의 1이나 차지하면서 가격도 수백만 원에 달해 1인 가구가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은 제품군이었다. 하지만 제품 가격대를 200만원 전후로 낮추고 부피도 ‘1인용 소파’ 수준으로 줄인 제품군을 너도나도 선보이며 1인 가구 고객층을 끌어들이려는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이달 말 새로운 1인용 마사지 소파 제품인 ‘파밀레 M’을 출시한다. 1인용 소파에 마사지 기능을 추가한 ‘파밀레’ 시리즈를 작년 7월 처음 선보였는데, 1년 3개월 만에 후속 모델을 내놓는 것이다. 올해 안에는 후속 제품도 하나 더 출시될 예정이다. 세 달 사이에 신제품 두 개를 연달아 내놓는 셈이다. 출시 당시부터 폭 70㎝, 가격도 230만원의 가성비 제품으로 알려진 파밀레는 올 8월까지 13개월 누적 매출 16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형 안마 의자’ 흐름 속에 세라젬도 지난 5월 소형 안마 의자 ‘파우제 M6′를 출시했다. 출시 다섯 달 만인 이달 초에는 판매량이 1만대를 넘겼다. 70.6㎏이라는 가벼운 무게로 출시 당시 1인 가구의 관심을 받으며 출시 2주 만에 1500대를 판매했을 정도다.
이 같은 소형화·경량화 흐름에 더해 색상 등 인테리어 요소의 선택지를 넓히는 곳까지 나왔다. ‘비렉스’ 브랜드로 안마 의자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코웨이는 색상을 4가지로 다양화하면서 지난 8~9월 안마 의자 전체 판매량이 1년 전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앞서 코웨이는 지난 5월 소형 안마 의자 ‘마인 플러스’ 라인업을 출시하며 ‘아틱 그레이’를 추가해 색상을 4가지로 넓혔고, 지난 8월에는 기존에 있던 ‘마인’ 시리즈 제품 색상을 2가지에서 4가지로 넓히고 크기를 기존보다 49%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