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스틸 마체테
Machete
한국어로는 "벌목도" 혹은 "정글도"로 불리는 도검이다. 마체트라는 이름의 어원은 '대형 해머(슬렛지해머)'를 뜻하는 스페인어 Macho의 어원이 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머셰티'[məˈʃɛti]에 가깝게 발음하는 반면에, 원래 어원인 스페인어로는 한국에서 자주 쓰는 발음과 비슷하게 '마체테'[maˈtʃete]에 가깝게 발음한다. 이 도구는 아프리카의 원주민이 사용한 것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 벌목, 벌채
- 정글도라는 이름 그대로 정글이나 산림에서 벌초 및 벌채 등을 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즉 낫과 같은 용도. 일반적으로 험한 작업에 쓰이는 만큼 보통의 단검보다 훨씬 두껍고 튼튼하게 만들어진다. 사탕수수 수확에도 사용된다.
- 정글에서 마체테로 덩굴이나 식물을 잘라 길을 만드는 일은 TV로 보면 매우 쉬워 보이지만 실제론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다.(아울러 적절한 수준의 날갈이는 모든 연장 사용의 기본.) 특히 마체테를 처음 휘두르는 사람들의 경우 말라 붙어 약해진 덩굴을 보통 덩굴인 줄 알고 온 힘을 다해 내려쳤더니 덩굴은 쉽게 끊기고 마체테는 자신의 무릎에 박혀 있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는 오랑우탄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정글 생활에 잔뼈가 굵은 비루테 갈디카스 박사도 저질렀던 실수다.
- 그래서 마체테를 운용할 때는 X자 형태로 대각선을 그리는 게 기본이다. 오른손에 쥐고 왼발을 뒤로 뺀 뒤, 오른쪽 위에서 왼쪽 밑[2]으로 비스듬히 내려쳐야 하며 다른 자세로 쳐야 할 경우 왼쪽을 앞으로 내밀고 오른쪽을 뒤로 빼는 등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고 휘둘러야 된다. 실제 칼이 아닌 아무 막대나 들고 휘둘러보면 막대가 무릎을 자연스레 스쳐가거나 강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특히 마체테는 파괴력이 장난이 아닌 흉기인 만큼 사용자의 안전사용이 중시되므로 사용하기 전에 무조건 사용법을 철저히 익혀야 한다.
- 이해가 어렵다면 무조건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만 휘둘러야지(ex :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휘두름) 수직으로 내려찍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대각선으로 휘두르는 선에 내 무릎이 들어갈 정도로 앞으로 나와있지는 않은지 항상 확인한 후에 휘두르는것이 가장 안전하다. 요는 칼이 휘두르면 어디로 갈지 항상 가늠해 보고서 휘두르는게 가장 좋다. 이게 딱 정글도급 도검을 주력으로 다루는 필리핀 칼리 기본기와 똑같다. 이런 무술들에는 정중앙 내려찍기 같은 동작이 거의 없으며, 휘두를 때에도 골반 회전이나 풋워크, 손목 컨트롤이 미묘하게 들어가 사고 나는 걸 피한다.
- 무기
- 본목적은 공구이나, 무기로도 많이 쓰인다. 이미 전쟁, 민란, 항쟁 등에 사용되면서 그 실전성이 입증된 무기로[3]실제로 태평양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 시절 미군에서 벌채용으로 군납된 정글도로 사람을 많이 베었고, 아예 마체테 백병전용 교본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한국군도 일부가 이 칼을 베트남전에서 베트콩을 상대로 사용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의 주무기이기도 하는데, 탄약 수급이나 예비 부품 구입 등과 같이 관리나 유지가 귀찮은 AK-47 소총과 달리 아무 철판이나 잘라서 날 세우고 손잡이만 붙이면 끝나는 마체테가 주력 무기로 사용된다. 어차피 비무장 상선 및 어선이 대상이기 때문에 수십명의 남성이 마체테 같은 큰 칼을 들고 우르르 몰려가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무력화가 되는 만큼 굳이 총을 주무기로 삼지 않다보니 자주 사용한다. 물론 만약을 대비해 몇 놈 정도는 AK-47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기는 하다. 옛날 남미에서 마체테로스라는 테러 집단이 주무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르완다 내전 때에 학살에 주로 사용되는 무기여서, 이 사건을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그 외 아마존에서는 원주민들이 마체테로 살아있는 악어의 목을따서 사냥하는 모습이 방송된 적도 있다. 지금도 총기를 쉽게 구할 수 없는 경우 범죄, 갱단 간 싸움 등에 이용된다.
- Latin
- 라틴 아메리카에서 쓰이던 마체테로 흔히 마체테하면 떠올리는 형태. 일반적으로 칼등부분이 평평하나 용도에 따라 톱날이나 그외 잡다한 기능을 할수 있는 요소가 포함된 경우도 있다.
- 보위 나이프
- 미국의 도검 제작자 제임스 블랙이 개발하고 노예 상인 제임스 보위가 미국 전역에 유행시킨 스타일. 칼등 끝이 찌르기 좋게 파여있다.
- Colima
- 중앙 아메리카에서 사용되던 마체테로 Latin 마체테에 비해 끝부분이 물고기 머리처럼 길쭉하고 뾰족하다. Latin 마체테보다 찌르는 작업을 더 잘 한다.
- Cane
-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쓰이던 마체테. 클리버처럼 커다란 날을 가진 묵직한 마체테이다. 도끼처럼 찍는 작업을 더 잘 한다.
- Hawkbill
- 케인마체테의 칼날 끝의 뒷부분에 갈고리가 달려있는 형태의 마체테이다.
의미가 확장되어 세계 각지의 벌목도들도 마체테라 부를 때가 있다. 말하자면 공산품 마체테들이 전통 도검 이름을 달고 비슷한 스타일로 많이들 나온다. 날이 넓어지거나 도끼처럼 묵직한 형태가 많다. 대부분이 작업용으로도 쓰이지만 동시에 해당 문화권 전통 도검이기도 하다. 따라서 필리핀 도검은 필리핀 무술에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도검은 실랏에서도 볼 수 있으며,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 지역 도검은 민란이라도 일어나면 우르르 튀어나온다. 쿠크리는 구르카 용병의 명성 때문에 순수 전투용 아니냐는 오해가 붙을 정도로 유명하다. 아무튼 쇼핑몰에서 아래 태그가 붙은 정글도를 본다면 이런 스타일이구나 하고 참고하면 된다.
- 나대
- 한중일 동아시아에서 사용하는 벌목도. 날이 넓으며 칼끝이 아예 네모나다.
- Bolo
- 필리핀 전통 나이프 및 벌목도. 날이 끝부분으로 갈수록 넓어지다 다시 모여 칼끝을 이루는 형태.
- Barong
- 필리핀 남부식 잎사귀 모양 나이프 및 벌목도. Bolo보다 더 폭이 좁고 뾰족하다. 영국군에서 한 때 "스매칫(Smatchet)"이라며 비슷한 형태의 도검을 만든 적이 있었다.
- 쿠크리
- 네팔과 인도 전통 나이프 및 벌목도. 낫처럼 곡선으로 휘어있다.
- Panga
- 아프리카 전통 나이프 및 벌목도. 볼로와 매우 유사하게 끝으로 갈수록 넓어지며, 뒤쪽으로 꽁지가 나와있다. 빌훅의 앞뒤가 거꾸로 된 것과 같다.
- Tapanga
- 아프리카 전통 나이프 및 벌목도. 끝이 각진 Panga다. 배틀그라운드 시리즈에 등장했다.
- Parang
- 인도네시아 전통 나이프 및 벌목도. 날 중간이 휘었으며 날 끝이 넓고 네모나 인도네시아 열대과일을 쪼개기 좋다.
- Taiga
- 러시아 전통 나이프 및 벌목도. 끝이 도끼처럼 각지고 널찍하다. 스페츠나츠 마체테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실제로 러시아군에서 널리 사용된다. 게이머들에게는 서든어택에 "러시안 마셰티"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이 기억날 것이다.
- Billhook
- 프랑스 등 와인 생산지역에서 덩굴을 자르는 용도로 쓰이던 농기구. 흔히 쇼핑몰에서 정글낫이라고 파는 물건. 날이 낫처럼 바깥으로 휘어있어서 뭔가를 자를때 더 쉽게 자를 수 있다.
과거 서양에서 전투 겸 작업용으로 쓰였던 한손 장검들을 마체테 스타일로 판매하고 있다. 당시에는 처음부터 전투용으로 제작된 양손 대형 장검이나 폴암, 석궁, 머스킷 등 주력 무기가 별도로 존재하고 한손 무기를 지금의 정글도처럼 사용했다. 사회상이 변하면서 군대에만 남아있다가 그마저도 용도가 줄어들어서 박물관으로 갔다. 지금도 일반 정글도에 D가드나 크로스가드를 달아 고전 도검 기분을 내는 제품들도 간간히 나온다. 가드 달린 온타리오사 라틴 마체테는 재질이 현대적일 뿐 사실상 근세 유럽 벌목도랑 형태나 용도나 큰 차이가 없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는 환경상 이런 감성의 생활용 도검도 아직 현역이라는 차이가 있다.
낫이나 도끼와 다름없는 용도로 쓰이는 관계로, 한국에서 마체테는 무기가 아니라 '연장'이나 '도구'로 분류되며 일반적으로는 도검 소지 허가증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칼 끝이 뾰족하거나 공격적인 디자인의 제품은 도검 소지 허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4] 2018년부터는 한국에서도 아웃도어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마체테의 판매와 유통이 예전보다 많이 양성화되어서 정식으로 경찰청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공구로서 분류, 판매되고 있는 마체테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휴대할 시에는 그 용도를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하거나, 용도와 무관하게 밖으로 보이게 들고 다니면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
'용도와 무관하게'라는 말을 넣은 것은 합법적인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기 위해 꺼내는 것은 무방하기 때문. 예를 들어 캠핑장이나 마당에서 장작을 패기 위해 마체테를 들고 있는 상황이라면, 경찰이 보더라도 문제 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별 이유 없이 길거리에서 휘두르고 다니거나, 사람을 협박하고 살해하거나, 동물을 불법적으로 도축하기 위해 마체테를 들고 있었다면 관련 법률에 의해서 당연히 처벌을 받게 된다.
참고로 이 기준은 '남들에게 위협감을 주어 신고하게 만들만한 흉기[5]'일 경우 다 해당되니 마체테만 콕 찝어서 제기되는 문제도 아니기에 더 얄쨜없이 제재받는다. 그러니 캠핑 등에 마체테를 가지고 갈 것이라면 반드시 가방 속에 넣거나 마체테 전용 검집에 넣어서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휴대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캠핑장에서도 가능하면 사용할때에만 꺼내는 것이 좋다. 이것은 마체테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명백히 공구류로 분류되고, 공구인가 무기인가에 대한 논란이 거의 없었던 망치, 도끼, 낫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망치의 경우에는 '도시 가정집에도 흔히 있는 평범한 공구'이자 '식칼과 함께 민간 살인사건에 가장 많이 등장한 흉기'라는 모순된 사실을 가지고 있어, 용도에 따른 취급의 차이점을 잘 설명해주는 예시 중 하나이다.
보통 정글도 하면 온타리오 정글도를 많이 생각하고, 실제로 업계의 스테디셀러이며 미군에 납품되는 제품이다. 12인치 - 18인치 - 22인치[6] 라인업이 있는데 18인치까지는 도검소지허가증이 필요없다. 18인치의 모델명은 6145. 국내에서 제일 구하기 쉽고, 도검소지허가증이 필요없는데다 안전해 보이는 D가드가 달린 물건과 없는 물건이 따로 있으며 칼날의 모양도 표준적이라 은근히 도검덕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요새는 5만원대도 많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싸구려도 되게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싼 가격에 비해 의외로 쓸만하다. 웬만한 동네 철물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 왜냐면 정교한 가공 기술이 필요한 얇고, 작은 나이프와 달리 마체테는 말 그대로 그냥 '막칼'이다. 장작도 퍽퍽 패고, 고기도 퍽퍽 자르고 그런 용도로 거칠게 사용하는 칼인 데다가 어느 정도 굵직한 쇳덩이 얇게 눌러서 한쪽에 날만 세우면 되는데 제대로 못 만들 이유가 없다[7]. 게다가 분질러져도 별로 보상해주고 자시고 할 필요조차 없다 보니 싸구려는 아프리카 등에도 널리 팔려가서 민란 등지에 동원된 것으로 악명 높다.
과거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신고되지 않은 상태로 무단으로 팔곤 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휴게소의 대규모 개편으로 마체테는 커녕, 조막만한 나이프 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현재 휴게소에서 볼 수 있는 아웃도어용 날붙이는 조그만 멀티툴 정도가 고작이다.
2021년 발생한 여수 아파트 살인 사건에서 범인이 사용한 흉기이다. 일용직 노동자인 범인은 마체테로 피해자 부부를 공격했다.
2023년 5월 31일 전라남도 광양시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조원이 들고 있던 마체테가 경찰에 압수되었다.
한국에서 판매 중인 1~3만원대의 칼 모양의 저가 정글도들은 대부분 날이 날카롭게 서 있지 않고 날 모양으로 각만 잡혀 있다.
기본적으로 날 각이 잡혀있기 때문에 손쉽게 그라인더나 숫돌 등으로 날을 세울 수 있다. 비슷한 가격에 "정글 낫"이라고 파는 물건들도 있는데 대부분 날이 어느 정도 서 있고, 끝부분이 낫처럼 굽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끝이 구부러져있기 때문에 그 무게를 이용해 일자형 정글도보다 좀 더 두꺼운 것들도 더 쉽게 잘라 낼 수 있지만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크고 다루기 어렵다. 이 외에도 공장에서 기계로 찍은 게 아니라 소수 대장간에서 생산한 제품들도 파는데 날이 두꺼워 무겁고 탄력도 적기 때문에 풀 베고 가지 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대신 두꺼운 나뭇가지와 덩굴 같은 건 잘 쳐내고 동물을 쪼개는 데에는 대장간 제가 훨씬 유용하다.